꺼지지 않는 마음의 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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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김정설(호남불교 발행인)

꺼지지 않는 마음의 연등

환하게 밝힌 연등 아래에서 산사음악회가 열리고있다. 사진은 증심사에서 열린 무등산 풍경소리 음악회

사방이 꽃 천지이다. 또다시 부처님 오신날이 다가온다. 부처님은 이렇게 좋은때 오셨다.
사계절 가운데 늘상 지금같이 안락한 봄 날이 계속되면 좋겠다. 그러나 세상일이 마음먹은대로 되면 얼마나 좋으랴.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생각이지만 잠시라도 망상을 떨어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초파일이 걱정된다. 절에 가서 등도 켜고, 법당 부처님도 뵙고, 공양간에서 비빔밥도 먹고 싶은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상치않다. 이대로라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 강화되고, 대중이 모이는 초파일 봉축은 간소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우경>에 ‘가난한 여인의 등불’이야기가 있다.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때였다. 길에서 구걸로 연명하는 가난한 여인 ‘난타’가 살고있었다. 하루는 성안이 북적거렸다. 기원정사에 계시는 부처님과 제자들에게 등을 켜고 공양하기 위해서였다. 난타도 부처님을 위해 등을 켜 공양하고자 했다. 하루종일 일을 하고 받은 돈으로 기름을 사고 간절한 원과 함께 등을 밝혔다. 난타의 발원은 “나도 내생에는 지혜광명을 얻어 일체 중생의 어두운 그림자를 없애게 하여지이다”였다.
부처님의 법문이 끝나고 늦은밤 공양올린 등불도 꺼졌다. 그러나 새벽녘이 되어도 가난한 여인의 등불은 꺼지지 않았다. 부처님이 잠자리에 들도록 목련존자가 등불을 끄려했지만 끌수없었다. 그러자 부처님이 “그 등불은 큰 서원으로 켜졌기 때문에 태풍이 불어도 끌수없을 것이다”고 하셨다. 또한 부처님은 “여인 난타는 오는 세상에 등광(燈光)여래라는 부처가 되리라”며 수기를 내리셨다.
우리는 왜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연등을 밝힐까. 연등을 밝히는 의미는 ‘깨끗하고 참된 마음을 밝히는 일’이라 한다. 마음에 등불을 켜 세상을 밝히는 것이다. 가난한 여인 난타의 등을 일부러 끄려했지만 꺼지지 않았던 것은 마음에 등을 밝혔기 때문이다.

철학자 스피노자는 “내일 세상이 멸망한다해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 것이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상이 혼란스러워도 올 초파일에도 사찰을 찾아 등을 달고 마음의 불을 밝히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