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김정설(호남불교 발행인)
연꽃이 이렇게 살라하네
남도의 여름은 연꽃과 함께 시작한다. 옛 마한 땅의 본진이었던 나주를 거쳐 땅끝으로 향하다보면 수많은 연방죽을 만난다. 어디를 가나 연방죽이 있어 오죽하면 마을에 ‘연동’ ‘연화’ 등 연꽃과 관련된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연꽃 만개한 연방죽은 몸과 마음의 열기를 식혀준다. 넓직한 잎은 해를 가리는 우산이되고, 만개한 꽃은 마음속에 잠재한 칙칙함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듯 하다. 여기에 은근하게 연꽃의 향기라도 바람에 실려오면 시쳇말로 기분이 ‘짱’이다.
일반적으로 잎이 수면 위에 걸쳐있으면 수련이고, 꽃과 잎이 물 위에 꼿꼿하게 솟아 있으면 연이라고 한다. 수련은 잎이 작고 잎의 표면에 물이 묻지만, 연꽃은 잎이 크며 연잎위에 물방울이 묻지 않고 동글동글 맺힌다.
요즈음 연방죽에서 피는 꽃은 대부분 수련이다. 꽃잎이 밤에는 접어드는 습성이 있어 ‘잠자는 연꽃’ 이라는 뜻이다. 반면에 연꽃은 한여름 7~8월경에 만개한다.
옛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10가지 가르침을 들어 연꽃이 불교를 상징한다고 말한다.
1.이제염오(離諸染汚)-진흙탕에서 자라지만 그 잎과 꽃이 더러움에 물들지 않음에 주변의 잘못된 것에 물들지 않고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이 되라.
2.불여악구(不與惡俱)-물이 연꽃잎에 닿아도 흔적을 남기지 않고 그대로 굴러 떨어짐에 주변의 어떠한 나쁜 것을 멀리하고, 물들지 않는 사람이 되라.
3.계향충만(戒香充滿)-물속에 역한 냄새도 연꽃이 피면 그 역한 냄새는 사라지고 연꽃의 향기가 온 연못을 가득 채우며 향기나는 사람이 되라.
4.본체청정(本體淸淨)-어떤곳에 있어도 그 잎은 푸르고 꽃잎의 색은 아름다우매 깨끗한 몸과 마음을 간직하라.
5.면상희이(面相喜怡)-잎의 모양이 둥굴어 보는 이의 마음을 평안하고 행복하게 해 웃음을 머금고,부드러운 말을 사용하며,인자한 사람이 되라.
6.유연불삽(柔軟不澁)-줄기는 연하고 부드러워 강한 사람에도 잘 꺽이지 않으며 남의 입장을 이해하여 융통성 있게 유연하게 살라.
7.구자개길(見者皆吉)-꿈에 보면 길한 일이 생기니 살아가면서 사람들에게 좋은일, 길한일을 하도록 하라.
8.개부구족(開敷具足)-연꽃은 피고 나면 반듯이 열매를 맺는데 우리가 살면서 선행을 많이 하여 좋은 열매를 맺으라.
9.성숙청정(成熟淸淨)-연꽃은 활짝피면 그 색이 정말 곱고 아름다운데 그 꽃을 바라보면 마음이 맑아지니 몸과마음이 맑은 사람이 되라.
10.생기유상(生己有想)-연꽃은 어린 싹이 날 때부터 달라 꽃이 피지 않아도 연꽃인지 알 수 있으며 누가 보아도 존경스러운 사람이 되라.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정진하면 서방정토에 왕생할 때 연꽃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蓮華花生)고 한다.
올 여름 연꽃을 만날때면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잘 살고있는지 살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