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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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있는불상마다 특별한 手印겸손·포용·나눔 의미 담아

[사찰문화기행] 아쇼카순례단라오스 불교문화 탐방 <> 비엔티엔

2017.02.16.

부처님 가슴뼈를 모신 탓 루앙. 라오스의 정신적 상징이다.

라오스 불교문화탐방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루앙프라방에서 방비앙을 거쳐 수도 비엔티엔으로 이어진다.

라오스는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이면서 기차가 없다. 북쪽 루앙프라방에서 승합버스로 반나절을 달려 방비앙에 도착했다.

중국의 계림을 닮은 방비앙은 남쏭강과 카스트르 지형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여기에 카약킹, 산악 짚라인, 동굴탐험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세계의 젊은이들이 방비앙으로 몰리고 있다.

동굴탐험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코끼리 동굴사원을 참배했다.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천연동굴 암벽에서 다양한 형태의 코끼리를 찾는 재미가 솔솔하다.

동굴탐험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참배한 코끼리사원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아쇼카 순례단원들.

그런데 동굴 사원앞에 달려있는 큼직한 종의 형태가 이상해 살펴보니 폭탄이다. 살생을 금하는 사원에 폭탄이 웬말인가.

맑은 영혼의 나라 라오스이건만 항상 평화로운 것은 아니었다. 오랜 세월 주변국의 침략을 당해야 했다.

코끼리 사원. 코끼리 형상의 암벽.

가까이는 프랑스 식민지배에 이어 미국과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1965년 베트남전쟁으로 불리는 제2차 인도차이나전쟁이 발발하자 라오스는 베트남과 운명을 같이했다.

코끼리 사원-불발탄으로 만든 종.

당시 라오스는 전국토가 미군의 집중폭격으로 초토화 됐다. 미군은 세계 2차대전때 사용한 양보다 더 많은 폭탄으로 융단폭격을 했다고 한다. 코끼리사원도 이때 터지지 않은 불발탄을 잘라 종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라오스 곳곳에는 여전히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다.

또 다시 반나절을 달려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에 도착했다.

비엔티엔은 1563년 쎗타티랏 왕이 루앙프라방에서 천도하면서 라오스의 수도가 됐다.

란쌍 왕국에는 황금불상과 함께 나라의 보물로 에메랄드 불상이 있었다.

비엔티엔으로 천도한 셋타티랏 왕은 란쌍 왕국의 보물 에메랄드 불상을 모셔왔다. 1565년 국왕은 이 불상을 모시기 위해 왓 프라께우 사원을 건립했다.

프라께우는 ‘에메랄드 불상’이란 뜻으로 라오스인들은 새로운 왕조의 번영과 황실의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에메랄드 불상은 이곳에 없다. 1779년 태국의 샴 왕국과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약탈당해 지금은 태국 방콕의 왓 프라께우 사원에 모셔져 있다

현재의 프라께우 사원은 프랑스에 의해 1936년 재건돼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라오스 국민들은 언젠가 다시 에메랄드 불상을 찾아와 본래 자리에 모시겠다는 서원을 잊지 않고 있다.

박물관으로 바뀐 법당 안에는 에메랄드 불상이 있어야 할 자리에 좌대만 자리해있다.

프라께우 사원 건너편에 또 하나의 사원을 겸한 박물관이 있다. 왓 씨싸켓이다. 이 사원은 1818년 건립됐다. 태국의 샴 왕국의 침략에도 파괴되지 않아 비엔티엔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다.

불상 박물관을 겸한 씨싸켓 사원은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전각은 물론 불상, 내부 벽화가 고풍스럽다.

대법당을 회랑으로 에워싸고 회랑벽에 감실을 만들어 불상을 모셨다. 크고 작은 불상의 수가 무려 1만구가 넘는다.

비엔티엔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인 왓 씨싸켓 사원. 회랑으로 에워싸고 회랑벽에 감실을 만들어 불상을 모셨다. 크고 작은 불상의 수가 무려 1만구가 넘는다.

북방불교인 한국, 중국은 수많은 부처님과 보살이 등장한다. 이와 달리 라오스, 태국 등 남방불교에서는 오직 석가모니 부처님뿐이다.

라오스에서는 행동하는 부처님을 자주 만난다. 앉아있기보다 서 있는 불상이 많은 것이다. 더구나 서 있는 불상의 수인이 특별하다.

두 손바닥을 밖으로 내보이며 팔을 들고 있는 파방 부처님은 ‘두려워하지 말라’는 의미의 시무외인(施無畏印)이다. 두 손바닥을 밖으로 보이며 아래로 내려뜨린 여원인(與願印)은 ‘원을 이루어주겠다’는 수인이다.

그런데 처음보는 수인의 불상들이 눈길을 끈다. 두 손을 아래쪽으로 포개고 있는 부처님, 두 손을 가슴에 X자형으로 안고 있는 부처님이 그러하다. 이 불상들은 각각 ‘겸손’과 ‘포용’을 의미한다고 한다. 여기에 발우를 들고 탁발 나가는 불상은 ‘나눔’을 상징한다.

이제 라오스 불교문화탐방의 마지막 순례지 탓 루앙으로 향한다.

탓 루앙은 라오스의 상징이자 가장 신성시되는 곳이다. 3세기경 인도에서 모셔온 부처님 가슴뼈 사리가 모셔져있기 때문이다. 라오스의 국가문장 중앙에 탓 루앙이 자리해 있는 것은 라오스의 정신적 중심이기 때문이다.

탓 루앙은 연꽃봉우리를 형상화한 사리탑으로 69m 직사각형 기단 위에 세워진 45m 높이의 탑이다. 기단부에는 30여 개의 탑이 둘러싸고 있다.

본래 탓 루앙 사방에 4개의 사원을 함께 건립했지만 지금은 북쪽과 남쪽 두 곳만 남아있다. 탓 루앙 입구에는 사리탑을 건립한 셋타티랏 왕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탓 루앙사원 건립한 셋타티랏 왕의 동상. 셋타티랏왕은 라오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로 알려져 있다.

탓 루앙에서 탑돌이를 하고 밖으로 나오자 새 장사들이 다가와 방생하라 한다. 새장 하나 구입해 문을 열어주니 작은 새 두 마리가 쏜살같이 하늘로 날아간다.

나라 밖 멀리 라오스까지 나갔지만 사바세계는 별반 다른 게 없다.

일부러 새를 잡아 가두는 이가 있고, 새를 풀어주는 이가 있다.

종일토록 봄을 찾아 다녔건만 찾지 못하고 돌아와 보니 마당 앞 매화가 활짝 폈다는 오도송을 읊은 스님이 생각난다. 깨달음, 그것을 구하려고 밖으로 나서면 더욱 멀어질 뿐인가 보다. 본래 부처는 자기 안에 있다더니 집에 돌아와 보니 여기가 극락이다.

서있는 불상- 왼쪽부터 나눔, 겸손, 포용을 상징한다.

나가(naga), 라오스 불교문화의 실마리

라오스에서 사원을 참배할 때 불상만큼이나 많이 만나는 동물이 있다. 머리가 여럿달린 전설속의 뱀, 나가(naga)다.

나가는 고대 인도의 민간신앙에 근거한 뱀 신으로 불교와 함께 중국으로 건너가면서 ‘용’으로 등장한다.

나가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수행하는 동안 비바람이 치거나 홍수가 나면 똬리를 틀어 부처님이 앉을 자리를 만들고 7개의 머리를 펼쳐 보호했다고 한다.

나가. 똬리를 틀어 부처님이 앉도록 하고 7개의 머리를 펼쳐 부처님을 보호하고 있다.

이런 연유로 나가는 부처님과 불교를 수호하는 신이 되었다.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의 동물인 용으로 불법을 수호하는 팔부신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라오스 사원에서 법당을 올라가는 소맷돌은 대부분 나가이다. 법당 기둥과 용마루는 나가의 몸통이고, 지붕은 나가의 비늘을 형상화 한 것이다.

법당 안에서 나가는 영가를 극락으로 인도하는 배가 되기도 한다. 한국의 법당 안에 있는 반야용선과 의미가 같다.

비를 내리고 바람을 일으키는 나가는 농경사회에서 가장 친근한 토속신앙의 대상이 돼왔던 것이다.

나가를 이해할 때 라오스의 문화와 전통, 심성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