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장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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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정상 고갯마루에는 부처님이 누워계신다.

광주동구사암연합회가 장불재에서 산신재를 봉행하고있다.

빛고을 광주(光州)는 무량광 아미타부처님이 상주하는 고을이다. 또한 광주의 진산 무등산(無等山)은 불교의 무등등(無等等), 무유등등(無有等等)에서 유래되었다. ‘비할 데 없이 높고, 등급을 매길 수 없다’는 뜻이다. 가장 높아 견줄 이가 없는 분은 부처님이다. 그래서 무등은 부처님을 뜻하는 또 다른 명칭이기도 하다.

무등산에 오르면 부처님을 친견할 수 있다. 옛날에는 화순에서 광주로 오가는 지름길로 무등산을 넘어야했다. 하루 만에 광주에 가서 장을 보거나 일을 마치고 돌아가려면 높지만 비교적 평탄한 무등산 길을 택해야했다. 걸어다녀야 했던 시절에 사람들이 오가던 무등산 고갯마루가 장불재(919m)이다. 장불재는 사방이 탁 트인 넓은 개활지로 광주, 담양, 화순 사람들이 만나 교류하고 소통하던 장소였다.

장불재를 지명 그대로 풀이하면 ‘긴 부처님’, 와불(臥佛)을 뜻한다. 이곳에서 바라본 무등산 정상은 부처님이 누워계시는 형상이다. 무등산을 넘던 옛사람들은 산마루에서 기다랗게 누워계시는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고 안녕을 발원했던 것이다.

장불(長佛)’은 누워계시는 부처님, 즉 와불을 뜻한다.

장불재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장불령(長佛嶺)’으로 기록하고 김정호의 ‘대동지지’에는 장불치(獐佛峙)로 표기했다. ‘장불(長佛)’은 누워계시는 부처님 ‘장불(獐佛)’은 노루의 목처럼 길다란 부처님을 뜻한다.

조선 의병장 고경명은 무등산을 답사하고 ‘유서석록’을 남겼다. 이 책에는 장불재 근처에 ‘장불사(長佛寺)’라는 큰 절이 있다고 기록했다. 몇 해 전 전남대 박승필 교수가 장불재와 서석대, 입석대 인근에서 장불사와 20여 곳의 사찰 터를 찾아내 장불재가 장불사에서 유래됐음을 뒷받침했다.

광주 무등산 정상부에 있는 서석대와 입석대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주상절리다. 천연기념물 제465호 국가지정문화재이자 2018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세계문화유산이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 인류가 찾고 보호하는 명승지가 되었지만 본래 이곳은 오래전부터 불교성지였다. 옛 사람들은 서석대와 입석대를 비롯해 천왕봉, 비로봉(지왕봉), 반야봉(인왕봉)으로 이어진 능선을 누워계시는 부처님으로 여겼던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와불이라 하겠다.

부처님은 오른팔을 머리에 대고 오른쪽으로 누워 열반에 드셨다. 장불재는 입석대에서 천왕봉까지 늘어선 능선 아래에 자리한 분지이다. 장불재에서 바라본 와불은 입석대와 서석대가 불두이고, 인왕봉, 지왕봉, 천왕봉이 몸체가 된다.

무등산 입석대, 장불재에서 바라본 와불은 입석대와 서석대가 불두이고, 인왕봉, 지왕봉, 천왕봉이 몸체가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불재 일대가 군사보호지역으로 출입이 어려웠으나 1981년부터 일반에 개방됐다. 10여 년 전, 광주동구사암연합회는 몇 해에 걸쳐 장불재에서 산신재를 봉행했다. 무등산을 찾은 등산객들과 함께 무사안녕 및 광주발전을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