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하구순(一夏九旬) 안거를 마치는 해제일입니다. 올여름은 무척이나 더웠습니다. 35도를 넘는 폭염으로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한 날도 많았습니다. 무더위 속에서도 화두를 놓지 않고 일념으로 정진하신 수좌스님께 우선 감사드립니다. 또한 총림 곳곳에서 묵묵히 맡은 소임을 다하신 여러 대중 스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무릇, ‘잠시라도 정좌(靜坐)하는 것이 항하의 모래알 보다 많은 칠보탑(七寶塔)을 세우는 것보다 수승한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아름다운 보배로 만든 탑이라도 결국에는 부서져 없어지고 말지만, 고요히 앉아 선정에 드는 것은 곧 정각(正覺)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관타좌(只管打坐)의 도리로도 말하듯, 좌선은 단순히 수행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그 자체가 깨침을 드러내는 행위임입니다. 좌선은 곧 깨침인 것입니다.
수행은 없었던 부처를 새로 만들어내는 일이 아닙니다. 타방(他方)에 있는 부처님을 찾아 나서는 것도 아닙니다. 일체중생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불성을 깨닫고 발현시키는 일인 것입니다.
안거를 성만하시고 산문을 나가는 수좌여러분, 칠전 선방에서 그러했듯이 어디서든 늘 고요한 가운데 좌선하시기를 당부합니다.
마지막으로 당나라 영가대사 현각(永嘉大師玄覺, 665-713)스님의 <증도가> 일구를 읽으며 법어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絶學無爲閒道人(절학무위한도인)
不除妄想不求眞(불제망상불구진)
無明實性卽佛性(무명실성즉불성)
法身覺了無一物(법신각요무일물)
本源自性天眞佛(본원자성천진불)
五陰浮雲空去來(오음부운공거래)
三毒水泡虛出沒(삼독수포허출몰)
배움이 끊긴 무위(無爲)의 한가로운 도인은
망상도 없애지 않고 참됨도 구하지 않네.
무명의 본성이 곧 불성이고,
허깨비 같은 빈 몸이 곧 법신이라네.
법신을 깨치고 나니 한 물건도 없나니,
본래 근원인 자성이 천진불이라네.
오음의 뜬구름이 부질없이 가고 오며,
삼독의 물거품이 헛되이 출몰한다네.
불기2565년 음력 7월 15일
태고총림선암사 방장 지암
법보신문=신용훈 호남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