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기획보도 ‘천막에서 대가람으로’ 이번에 소개할 사찰은 백제시대 최초로 세워진 도량 영광 불갑사입니다. 사찰의 문화 자원과 지역 환경에 맞게 특화시켜 포교에 매진하고 있는 주지 만당스님을 김민수 기자가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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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신령스러운 기운의 고장 영광.
15만 평에 이르는 공원과 상사화 밭을 가로지르면 웅장한 가람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백제시대 불교가 처음 전래되면서 최초로 세워진 사찰 불갑사입니다.
암자나 마찬가지였던 불갑사를 2001년부터 주지 소임을 맡은 만당스님이 사적기에 따라 현재 30여 채 전각을 복원했습니다.
만당스님 / 영광 불갑사 주지
“방을 하나 내줬는데 공부를 하려고 보니까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에요. 전기 불이 일분에 다섯 번을 깜빡거려요. 꺼졌다가 다시 켜져요. 암자 같은 절이었으니까 이전에는.”
스님은 불교세가 약한 호남에서 불자들의 시주로만 천년고찰 복원이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예산을 받기위해 군청과 중앙 부처 문턱이 닳도록 뛰어다녔습니다.
불갑사가 단순히 예배의 공간이 아니라 옛 선조들의 전통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곳이자 후대에게 물려줘야 할 문화유산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사적기와 옛 고서들을 뒤져가며 불갑사와 관련된 역사 기록을 찾았고 지역 주민과 행정가들을 설득해 나갔습니다.
만당스님 / 영광 불갑사 주지
“필요성 당위성을 역설하고 하면 때마다 곳곳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많이 생겼어요. 예산 안 준다고 하면 저는 3일이고 5일이고 계속 가서 달라고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불갑사가 운영하고 있는 마라난타 불교대학이 큰 힘이 됐습니다.
불자로 성장한 이들이 지역 사회에서 큰 역할을 다하며 사찰과 함께 했고 천연 장류를 생산해 판매하는 협동조합도 만들었습니다.
본격적인 지자체 시대로 전환돼 지방마다 특화 상품을 고민할 때 만당스님은 노스님들을 설득해 인근에 자생하던 상사화를 사찰 입구 논과 밭에 옮겨 심고 축제를 열었는데 그게 요즘 말로 대박이 났습니다.
만당스님 / 영광 불갑사 주지
“9월 상사화 축제 때 많이 올 때 한 70만 명 다녀갑니다. 그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 도량을 찾고.”
스님은 사찰이 가진 문화 예술을 접목한 관광이 지역 발전을 이끈다는 것을 내다보고 지자체와 함께 법성포에 사업비 300억이 넘는 불교 최초도래지 건립 프로젝트를 완성했습니다.
덕분에 굴비의 고장으로만 알려진 법성포는 전국에서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찾는 관광지로 탈바꿈하며 특산물 판매도 증가하면서 활력을 찾았습니다.
만당스님 / 영광 불갑사 주지
“그 사찰이 가지고 있는 문화 자원의 특성에 맞춰서 또 지역 여건과 환경에 맞춰가지고 특화된 사찰로 발전시켜가야만 그 지역의 포교라든가 불교 발전과 전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법고시 마지막 문턱에서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불갑사와 인연 맺게 된 젊은 법학도.
천년고찰을 복원하겠다며 머리를 깎았던 청년은 이제 어느새 중년이 됐지만 은사 스님 유훈을 되새기며 그의 법명처럼 오늘도 불법 홍포에 매진하며 불갑사를 부처님 집으로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BTN 뉴스 김민수입니다.
BTN 뉴스=광주지사 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