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주 큰스님 가르침, 꿈엔들 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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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불자들이 말하는 우리 큰스님
수년서 수십 년 스님과 깊은 인연
“항상 자비행과 보현행원 실천하셔”

7월22일 김제 금산사에서 입적한 태공당 월주 대종사는 불교계를 넘어 한국사회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조계종 종정스님과 원로의원, 종단 주요 소임자 스님들을 비롯해 대통령과 국회의장, 당대표 등 불교계 안팎의 인사들이 스님의 법구가 모셔진 금산사를 찾아 조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잘 드러나지 않지만 누구보다 스님의 입적을 애통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랜 세월 스님과 인연을 맺고 지내온 지역불자들이 그렇다.

대법성(홍수자) 불자도 그중의 한명이다. 그는 2003년 월주 스님이 지구촌공생회를 설립할 때부터 스님 뜻을 받들어 우물파기, 학교 및 도서관 건축, 지뢰제거 사업을 등을 지속해왔다. 지난해 1월5일에도 스님과 함께 캄보디아에 가서 학교 4곳과 도서관 준공식에 참석했다. “그때 다녀오신 뒤에 뵀을 때도 인류를 위해, 세상의 평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시다니요.” 대법성 불자는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아가며 말을 이어갔다. “큰스님의 크나큰 원력이 꽃 피어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평화로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존경하는 큰스님, 여기에 아직 할 일이 많으시지 않습니까. 극락세계에만 머물지 마시고 어서 우리 곁에 다시 오셔서 중생들을 이끌어주세요.”

하유호 108순례단장도 지난 며칠 간 눈이 퉁퉁 붓도록 눈물을 흘렸다. “큰스님! 그저 눈물만 앞을 가립니다. 그동안 저희 모두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사무치는 그리움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요. 부디 저희들에게 빛으로 다시 와주세요. 큰스님! 너무너무 사랑하고 너무너무 존경합니다. 큰스님! 부디 안녕히 잘 가십시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하 단장은 마침내 목 놓아 울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 부인 오경진씨도 월주 스님과 오랜 인연을 털어놓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15년 전 송 지사가 전주시장으로 있을 때 처음 스님을 뵀다고 했다. “스님께서는 늘 인자하고 편안한 모습이셨습니다. 가슴에 새겨둘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고요. 스님을 뵙고 돌아갈 때면 저도 주변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좋은 모습으로 다가서야겠다는 마음을 갖고는 했습니다. 큰스님의 갑작스런 원적이 너무 속상하고 이제 더 이상 스님의 얼굴과 음성을 대할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큰스님! 제게 주신 가르침, 평생 가슴에 담고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큰스님.”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전북대 73학번 이연재 거사도 월주 스님과의 인연이 오랜 만큼 상심이 클 수밖에 없다. “예전부터 우리 스님께서는 법문하시는 일을 마다하지 않으셨어요. 법문도 어렵지 않고 우리 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신께서 직접 겪으신 일을 주로 들려주시니까 기억이 오래가고 마음 깊이 새기며 생활하게 됐습니다. 이제 더 이상 귀한 법문을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애달픕니다. 큰스님, 어서 속환사바(速還娑婆)하세요.”

금산사에서 30여년간 근무해온 관리실장 김정덕 거사도 슬픔이 깊다. “큰스님께서 항상 저희를 넓은 마음으로 좋게 봐주셨습니다. 마음에 차지 않는 것도 적지 않았을 텐데요. 덕분에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큰스님, 감사합니다. 큰스님을 평생 기억할 겁니다.” 고등학생들의 불교모임인 전주룸비니불교학생회에서 활동하고 금산사 종무실 등에서 근무했던 권태정씨는 “대학 때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셔서 지금도 모이면 그 얘기를 한다”고 회상했다. 그는 “큰스님께서는 우리 사회와 불교계를 위해 큰 업적을 남긴 종교지도자이시다”라며 “큰스님과의 지중한 인연에 감사드리고 부디 왕생극락하시어 편안히 지내시기를 발원한다”고 말했다.

16년간 스님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금산사 김종렬 종무실장도 큰스님에 대해 회고했다. “제가 가까이에서 뵌 큰스님은 참으로 인자하셨습니다. 항상 자비행과 보현행원을 말씀하시고 실천하셨으며, 베푸는 삶을 사셨습니다. 제가 살아있는 동안 어찌 큰스님을 잊겠습니까. 큰스님의 고귀한 뜻을 평생 새기고 실천하려고 합니다.”

송재면 전주불교청년회 고문은 월주 스님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을 넘어 이젠 그 뜻을 받들고 널리 알려야 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을 역설했다. “우리 큰스님이 종단일과 함께 지구촌공생회, 나눔의집 등 큰일 많이 하시고 원적하셨습니다. 앞으로 스님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확립하고 널리 펴기 위해서는 상좌스님들의 공감과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 불자들도 큰스님의 뜻을 받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7월26일 다비식과 더불어 월주 스님의 사대는 남겨진 사람들의 눈물과 탄식 속에 흩어졌다. 더 이상 만날 수 없지만 스님의 87년간 삶의 자취와 가르침은 불자들의 가슴 속에 영롱한 사리처럼 자리 잡았다.

법보신문=신용훈 호남주재기자